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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i Han 주한공관 공보관 컬럼이 정도면 적정한 디자인으로 충분하죠?
BY JOBCENTER2023-08-09 16:5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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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간에 원하는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다는 그 사실은 우리가 대중교통 중 지하철을 선택하는 주된 이유이다. 그런 지하철을 이용하기 위해 노선도를 들여다보면  혼란 속에서  질서를 찾아 안내한다. 인생의 우여곡절만큼이나 수많은 역들을 지나 그 역들이 교차하는 지점에 잠시 시선이 머물다 보면  어느덧 우리의 여정에 지름길을 내준다. 이렇듯 지하철 노선도는  낯선 영토를 항해하고 목적지에 도달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길잡이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유학생들의 생활 만족도에서 한국의 대중교통은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그중 도시에 거주하는 그들에게 있어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지하철 이용은 우선순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나 또한 유럽 배낭여행 중 목적지로 이동하기 위해 오래된 역사를 지닌 런던 지하철 벽에 붙은 지도를 그리 어렵지 않게 이해하였다는 것이 나에게는  정말 큰 위안이었다. 30여 년 전 나의 여정을 지원해 주었던 그 영국 지하철 지도가 2023년 한국의 지하철 지도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그 사실이  오늘  잡센터 (Job Center) 플랫폼에 기고하는 첫 글의 소재가 되었다.

 

1931년 해리벡 (Harry Beck)에 설계된 그 상징적인 이 영국 지하철 지도의 디자인 형식은  지하철 역사의 종주국답게 현재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채택하여 쓰고 있다. 그의 디자인은 사용자 친화적인 형식으로 설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그 당시에는 환영받지 못했다. 그의 지도는 기존의 물리적 거리와 같은 정보를 중심으로 그려진 복잡한 지도와는 다르게 각각의 노선들을 차별화된 색들로 표현하고 개별 설명도 단순화시키는 노력을 하였지만 초기에는 저평가되었다. 그러나 가독성과 편의성을 중심으로 디자인된 이 지하철 지도 형식은 접근성에 있어 용이함을 인정받아 런던 지하철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그와 같은 형식이 채택되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원하는 것은 지리적으로 정확한 지도가 아니었기에 그는 사용자들을 위해 쉬고 빠르게 읽힐 수 있는 지도를 구상한 것이다. 혼란과 오류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도록 지도는 사용자들에게 쉽게 읽혀야 한다는 면에서 바라보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지하철 지도는 단순한 실용적인 지침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도를 나타내는 기술과  디자인은 사용자의 편의를 반영하였기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화하고 있다. 지하철 전광판과 핸드폰의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사용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추가 제공하고 있다. 여기서 서비스의 핵심은 아직도 명확하고 간결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며 그런 프로그램들은 사용자들의 경로를 계획하고 시간을 절약하도록 돕는 것이다.


우리는 혁명이 되는 최신 기술 그리고 혁신을 담은 디자인을 간간이 만난다. 이러한 발전이 우리의 삶에 편의라는 이점을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로움은 항상 최첨단 기술이나 혁신적인 디자인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바로 그 예가 앞서 언급한 지하철 노선도이다. 지피에스(GPS)가 기반된 기기들이 생활화된 일상에서 지하철 지도는 어쩌면 로우테크(low technology)로 간주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년 전의 지하철 노선도와 현재의 노선도의 디자인의 변화가 없다는 것은 그 디자인 안에서 핵심 역할을  충분히 해 내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예로 신호등이 있다. 오직 세 가지 색의 변화로  운전자와 보행자를 도로에서 안전을 유지하도록 수신호 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추가된 몇 가지 기능으로 운전자와 보행자 사이의 소통이 더 견고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 추가된 기능을 제외하고도 세 가지 색은 여전히 주연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모든 상황을 풀어내는 것이 항상 최신이거나 고품질에 있지 않다는 것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옛 추억과 더불어 서울 지하철 노선도를 다시 바라보니 그것은 마치 다양한 색이 어우러진 생명선들로 이어지는 에너지의 흐름 같기도 하고 혼돈의 삶을 정리해 놓은 단상으로 보인다. 내비게이션을 구성하는 축적된 지도들은 어쩌면 별, 철새들, 연어들이 낸 길의 흔적을 따라가며 시작됐을 것이다. 지도는 단지 목적지만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혼돈 속에서 명확한 길을 제시하여 미지나 주변 세계를 쉽게 탐색할 수 있게 해주는 길잡이인이다. 삶의 여정에서 길을 잃거나 혼란스러운 자신을 발견할 때,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디자인으로 그려진 지하철 지도를 보면 어떨까? 우리 마음과 머리속에  엉켜 있는 얼레의 줄을 풀어 내는 지혜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에씨 한(Esi Han)

 

다문화 코치

국제 매너 강사

외국어 번역행정사

주한 공관 공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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